마트 식품 코너의 저렴한 가격표 뒤에는 우리가 모르는 '식품 공학의 마법'이 숨어 있습니다. 제대로 된 냉면 육수를 만들려면 소고기 양지와 사골을 무려 10시간 동안 정성껏 끓여야 합니다. 하지만 MSG와 조미료 가루를 물에 타면 단 1분 만에 비슷한 맛의 육수가 완성됩니다. 원가는 단돈 100원도 안 들지만, 맛은 오히려 더 진하고 강하게 느껴지기도 하죠.
이것이 바로 현대 식품 공학이 설계한 '교묘한 모조품'의 실체입니다. 정성과 시간을 들여 만든 '옳은 식품'과 화학적으로 빠르게 맛만 흉내 낸 모조품이 마트 매대 위에서 똑같은 이름을 달고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본 포스트는 여러분께 "무엇을 먹지 마라"고 경고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소비자로써 우리가 지불하는 저렴한 가격 뒤에 어떤 공정이 숨어 있는지, 그 '알 권리'를 충족시켜 드리고자 합니다.
▣ 3일 만에 뚝딱, 염산으로 분해한 '산분해 간장'의 정체
전통 한식 간장은 메주를 쓰고 수년 동안 숙성시켜 만듭니다. 시간과 정성이 곧 성분이 되는 셈입니다. 반면, 우리가 마트에서 흔히 보는 저렴한 간장 중에는 단 3일 만에 만들어지는 제품이 있습니다. 바로 '산분해 간장'입니다.
쉽게 말해 산분해 간장은 콩을 염산으로 분해시켜서 만든 간장입니다. 산분해 공법으로 간장을 만들게 되면 1년 2년이나 3일 정도면 만들 수 있어요. 산분해 간장은 염산을 이용해 단기간에 단백질을 강제로 분해한 뒤, 부족한 맛과 향을 보충하기 위해 향미 증진제, 과당, 감미료 등을 첨가합니다.
마트에서 간장을 고를 때는 식품 유형이 '혼합 간장'인지 반드시 확인하세요. 혼합 간장은 양조 간장과 산분해 간장을 섞은 것이며, 성분표 뒷면에서 '산분해 간장 혼합 비율'을 체크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의 시작입니다.
▣ 고춧가루보다 물엿이 더 많은 '공장형 고추장'
식품 성분표에는 '함량이 높은 순서대로 기재한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이 원칙을 기억하고 저가형 고추장의 성분표를 살펴보세요.
고춧가루 함량이 약 28% 이상으로 높으며, 메주가루와 엿, 조청을 사용해 최소 6개월 이상 숙성합니다.
성분표 맨 앞에 '물엿'이 적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춧가루는 10% 내외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밀가루와 전분으로 채운 뒤, 향미 증진제로 감칠맛을 냅니다.
우리가 건강을 위해 고른 것이 진짜 고추장인지, 아니면 고추 향을 입힌 '매콤한 물엿'인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정성이 담긴 식품과 화학적 모조품을 동일 선상에 놓고 가격을 비교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 우유 한 방울 없이 만들어진 '치즈'와 '가공유'의 함정
우리는 모든 치즈와 우유가 원유로 만들어진다고 믿지만, 성분표는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원유 대신 팜유에 유화제를 섞어 치즈의 식감만 흉내 낸 제품입니다. 식품 유형에 '치즈'라는 단어 대신 '기타 가공품'이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주로 배달 음식이나 저가형 피자 토핑으로 쓰이니 반드시 확인하세요.
딸기우유나 바나나우유 같은 가공유에 주로 쓰입니다. 이는 우유에서 지방을 빼고 가루로 만든 탈지분유를 다시 물에 녹이고 유지방을 섞은 것입니다. 보관과 운송이 용이하나 제조 과정에서 우유 고유의 영양소가 상당수 손실됩니다.
▣ 꾸덕함의 비밀은 시간이 아닌 '전분'? 그릭 요거트의 배신
진짜 그릭 요거트는 원유를 발효시킨 후 서서히 유청을 짜내 단백질 고형분만 남기는 고된 과정을 거칩니다. 하지만 최근 날씬 보디로 논란이 되었듯, 일부 제품은 이 과정을 생략합니다.
대신 변성 전분이나 젤라틴을 넣어 인위적으로 꾸덕한 질감을 만듭니다.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해 더 비싼 값을 지불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영양학적으로 전혀 다른 '첨가물 덩어리'를 먹게 되는 셈입니다. 성분표에 '원유와 유산균' 외에 다른 전분류가 포함되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세요.
▣ 참기름 대신 '분말'을 짜낸 기름의 진실
참기름과 들기름도 제조 방식에 따라 가치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통참깨를 그대로 압착해 짜내는 방식입니다. 특히 들기름은 냉압착 방식으로 단 한 번만 짜내야 영양소가 보존됩니다.
수입산 '참깨 분말'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양을 늘리기 위해 고온에서 여러 번 반복해서 압착하기도 합니다. 성분표에서 '통참깨'인지 '참깨 가루'인지, 그리고 압착 방식을 확인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 '제대로 아는 것'이 건강한 선택의 시작입니다
세상의 모든 음식에는 그만한 값이 매겨져 있습니다. 1년의 시간을 견뎌 숙성된 장류와 3일 만에 화학적으로 분해해 만든 장류를 동일한 가치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제대로 아는 것이야말로 우리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