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피곤한 걸 보니 간이 안 좋은가?"라는 의문을 품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TV 광고의 유명한 CM송처럼 모든 피로의 원인을 '간'으로 돌리며, 약국이나 인터넷에서 간 영양제부터 검색하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몸을 위해 챙겨 먹는 그 영양제가 오히려 당신의 간을 공격하고 있다면 어떨까요? 실제로 필자는 과거 해외 직구 헬스 보충제를 챙겨 먹던 중, 건강검진에서 간 수치가 무려 300까지 치솟았던 적이 있습니다. 간 수치가 300이 될 때까지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할 만큼 간은 침묵에 능합니다. 부천 순천향대병원 소화기 내과 유정주 교수의 조언을 통해, 우리가 그동안 몰랐던 간 건강의 실체와 영양제의 배신을 파헤쳐 봅니다.
핵심 한 줄
간 영양제를 더 먹기 전에, 간이 보내는 신호부터 읽으세요. 쉼표(원인 제거)가 약보다 먼저입니다.
간 수치 50의 경고: ALT가 보내는 신호에 주목하라
건강검진표의 AST, ALT, GGT 수치가 50 정도로 살짝 높게 나왔을 때, 많은 이들이 불안감에 '간 약'부터 찾습니다. 하지만 유정주 교수는 이 정도의 수치는 당장 약을 먹기보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때 수치를 읽는 법을 알아야 합니다. ALT는 간세포에 더 특이적인 지표로, 이 수치가 높다는 것은 간세포가 깨지고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입니다. 반면 GGT는 담도 손상이나 술, 혹은 비만과 관련이 깊습니다. 무작정 영양제를 더하기보다는 간이 이를 분해하느라 헉헉대지 않도록 '쉼표'를 찍어주는 것이 우선입니다.
유정주 교수 (이미지 출처 - 부천 순천향대병원)
유정주 교수
"내 삶을 좀 돌아볼 필요는 있습니다. 내가 뭔가 간에 좋지 않은 술이라든지 아니면 영양제 같은 걸 좀 먹은 게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고요. 원인인 술, 영양제, 비만 같은 거를 대략 한 2~3개월 정도 조정을 좀 해본 다음에 재검을 받으셔도 괜찮습니다."
| 지표 | 의미 |
|---|---|
| ALT | 간세포에 더 특이적 · 높으면 간세포 손상 신호 |
| GGT | 담도 손상 · 술 · 비만과 관련 깊음 |
우르사의 진실: 보험 급여가 만든 '비형 간염'의 오해
간장제의 대명사 '우르사(성분명: UDCA)'에 대해 흔히 퍼진 오해 중 하나는 "비형 간염 환자는 먹으면 안 된다"는 소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의학적 사실이 아니라 복잡한 '보험 급여 체계'에서 비롯된 오해일 뿐입니다. 현재 건강보험은 항바이러스제와 간장제 중 하나만 급여를 인정해주기에 발생하는 문제일 뿐, 실제 임상에서는 비형 간염 환자에게도 우르사를 활발히 처방합니다.
약국용과 처방용의 차이는 '용량'과 '적응증'에 있습니다. 약국 제품은 10~50mg의 저용량으로 위약 대비 약 40~50%의 피로 개선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가 있지만, 이는 술을 깨게 하는 해독제가 아니라 간세포를 보호하고 복구하는 개념입니다. 건강한 사람이 의무적으로 먹을 필요는 없으며, 효과가 있는 특정 환자군이 누구인지는 아직 의학적으로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정리
"비형 간염 환자는 우르사 금지"는 의학 금기가 아니라 보험 급여 구조에서 생긴 오해에 가깝습니다.
간 전문가가 절대 추천하지 않는 '간 망치는' 성분들
간 건강을 위해 챙겨 먹은 보조제가 체질에 따라서는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일종의 '알레르기 반응'과 같아서 미리 예측하기 어렵지만, 발생 시 매우 치명적입니다. 유정주 교수는 다음과 같은 성분들이 급성 간염을 일으킬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경고합니다.
• 가르시니아 및 녹차 추출물(카테킨): 다이어트 보조제로 흔히 쓰이지만 간 독성 사례가 빈번합니다.
• 흑염소: 보양식의 대명사이나 간 수치를 높여 병원을 찾는 사례가 많습니다.
• 강황: 음식인 카레는 안전하지만, 가루 형태로 고용량 섭취할 경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 침향환: 최근 유행하는 건강식품이지만, 단 10일 복용만으로 간 수치가 600까지 폭등한 실제 사례가 있을 만큼 주의가 필요합니다.
| 성분·식품 | 주의 포인트 |
|---|---|
| 가르시니아·녹차 추출물 | 다이어트용 · 간 독성 사례 빈번 |
| 흑염소 | 보양식 · 간 수치 상승으로 내원 사례 |
| 강황(고용량 가루) | 카레는 상대적으로 안전 · 고용량은 위험 |
| 침향환 | 단기간에도 수치 폭등 사례 보고 |
먹는 알부민의 배신: "비싼 달걀을 먹고 계시네요"
최근 '먹는 알부민'이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는 의학적으로 주사용 알부민을 절대 대체할 수 없습니다. 주사용 알부민은 간경변증 환자의 합병증 치료를 위해 쓰이는 전문 의약품입니다. 반면 먹는 알부민은 소화 과정을 거치며 아미노산으로 분해되기에, 사실상 일반적인 '단백질 보충제'일 뿐입니다.
유정주 교수는 고가의 비용을 지불하며 먹는 알부민을 구입하는 행태에 대해 "계란을 먹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꼬집습니다. 과장 광고에 현혹되어 불필요한 고비용을 지출하지 않는 현명함이 필요합니다.
한 줄
먹는 알부민 ≠ 주사용 알부민. 소화되면 단백질 보충에 가깝습니다.
최고의 간 영양제는 '아무것도 안 하고 쉬게 하는 것'
유정주 교수는 최고의 간 영양제를 추천해달라는 질문에 역설적으로 "추천을 안 하고 싶다"고 답합니다. 간의 입장에서는 외부에서 무언가 성분이 계속 들어오는 것 자체가 일종의 노동이기 때문입니다.
간장제로 유명한 실리마린(밀크씨슬)조차도 영양제 수준의 용량으로는 유의미한 효과를 보기 어렵습니다. 유 교수는 중요한 통찰을 제시합니다. "만약 어떤 영양제가 드라마틱한 효과가 있었다면, 이미 영양제가 아닌 '처방약'의 단계로 승격되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제약회사는 이익에 민감하기에 효과가 확실하다면 결코 영양제 단계에 머무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결국 간에게 가장 좋은 보약은 불필요한 섭취를 줄이고 휴식을 주는 것입니다.
통찰
드라마틱한 효과가 있었다면 이미 처방약이 되었을 것입니다. 최고의 간 영양제는 덜 먹이고 쉬게 하는 것입니다.
술보다 무서운 '비만'의 시대, 당신의 선택은?
과거에는 술이 간 건강의 주적이었으나, 현대 사회에서는 비만과 대사성 질환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음주 인구는 줄어드는 반면,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급격히 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입니다.
간을 위해 무언가를 더 먹으려 애쓰기보다, 오늘 하루 간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 무엇을 '덜어낼지' 고민해 보는 건 어떨까요? 건강한 간을 만드는 비결은 화려한 영양제 통이 아니라, 당신의 절제된 식단과 휴식 속에 있습니다.
오늘 할 일
간 약 추가보다 → 술·불필요 영양제·비만을 2~3개월 조정한 뒤 재검부터.
※ 본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의료 진단·치료·처방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간 수치 이상·복용 중인 약·건강기능식품은 반드시 전문 의료인과 상담하세요.
📎 함께 읽으면 도움이 되는 글
자도 자도 피곤한 당신, 사실 ‘우울증’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자율신경의 비밀
번아웃 퇴사 결정을 미뤄야 하는 뇌과학적 이유와 극복 방법
식곤증, 자연스러운 신호일까 혈당 스파이크일까? 약이 되는 낮잠 vs 독이 되는 졸음의 과학적 구분법

